저는 길고양이 이야기를 나중에 시간을 갖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때가 된 것 같다고 느끼게 됩니다. 당초 생각했던 따뜻한 분위기 보다는 좀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요즘 길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 대한 시선이 사람에 따라 상당히 냉혹해 졌음을 느낄 수 있어서 입니다.
2010년에 연로하신 제 어머니께서 우울증을 앓게 되셨습니다. 관련 기사 몇 개와 논문을 읽어보니 노인 우울증은 상당히 심각한 병이더라구요. 해서 한 중소도시에 소재한 본가로 급히 내려와서 어머니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2, 3년 내에 어머니께선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께서도 무릎이 아프셨고, 관련해서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시며 아버지께서 병원에 다니시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그 곳에 눌러앉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길고양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왜냐하면 길고양이는 늘 내주변에 보였었으니까요. 그게 어디였든 말입니다. 전에는 개를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고양이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겨울밤의 그 날카로운 울부짖음과 담장이나 지붕 위를 한가로이 걸어가는 모 습을 싫어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시골집은 본래 교외의 야산 근처에서 젖소를 키우던 집이라 비교적 넓은 터에 여기저기 허름한 곳들 이 많아선지 길고양이들이 꽤나 찾아왔습니다.
2006년 8월19일 본가 전경(왼쪽 아래 푸른 나무에 가려 파란지붕만 얼핏 보임. 아래 파란지붕은 아랫집)
그 해 늦은 여름 어느날 저녁무렵, 앞마당 키작은 주목 아래에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마침 닭볶음을 먹었길래 별 생각없이 먹을래면 먹어라라는 생각으로 남은 음식 찌꺼기를 녀석들 근처에 두 었더니 잘 먹더라구요. 그런데 다먹고 제법 어두워졌음에도 하얀 새끼고양이는 갔는데 검정 새끼고양이가 작은 회양목과 주목 밑을 오가면서 납작 엎드린 채 안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검고 작은 녀석이 그러는 모습 을 보면서 그 당시 내 생각엔 "저 녀석이 저 음식이 아까워 지키는 것인가 보다."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귀엽기 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애잔하여 가슴 한구석이 멍해졌습니다.
이 때가 길고양이에게 음식을 준 게 처음은 아니었어요. 전에도 한겨울에 길고양이가 집안 어딘가 웅크려 있던 곳에 참치나 햄 통조림을 주곤 했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어린 새끼고양이라서 그랬을 거 에요. 태어난지 4, 5개월 정도 되었을 겁니다. 그 이후론 이 새끼고양이가 매일 찾아오더라구요. 옆에 하얀 새끼고양이와 함께 말입니다. 시골집이라 쇠로 된 대문의 아래가 바닥으로부터 반 뼘쯤 틈이 벌어져 있는 대문이었는데, 두마리가 아침이면 이 틈으로 들어와 낮에는 우리집에서 지내다가 저녁이면 그 틈으로 다시 나가 아랫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그때는 왜그렇게 매일 출퇴근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아무튼 매일 그러더라구요. 어린 녀석 둘이 매일 찾아 오는 모습을 보니 안쓰런 마음에 집에 있는 통조림같은 먹을만한 것은 모두 챙겨주었지만 금방 바닥이 났습 니다. 어린 녀석들이 매일 찾아오는데 여기서 그냥 나몰라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싸고 양 많은 고양이사료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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